영화 ‘타이타닉’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 기억되기엔 너무 거대하고 복합적인 감성을 품고 있는 작품으로 재개봉 되었습니다. 1997년 개봉 이후 지금까지도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유는 그 안에 시대적 감수성과 음악, 그리고 영화사에 남을 장면들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세기말 감성
타이타닉이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는 단지 재난영화라서도, 로맨스 장르라서도 아니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이 영화가 세기말 감성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한 작품이라는 데 있다. 영화가 개봉된 1997년은 20세기의 끝자락이었고, 사람들은 아날로그와 낭만이 공존했던 시대를 보내며 어떤 감정적 작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타이타닉호는 그 시대의 상징이었다. 거대하고 화려하며, 완벽할 것처럼 만들어졌지만 결국 가라앉았다는 사실 자체가 시대정신을 대변한다. 영화 속 로즈와 잭의 사랑은 그래서 더욱 애틋하다. 상류층 금장 장식 안에서 답답하게 갇힌 로즈와,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가던 잭이 만난 그 순간은 단순한 사랑이 아닌, 계급과 시대의 충돌이자 마지막 낭만의 불꽃이었다. 그들은 함께 춤추고, 바다 위에 손을 뻗고, 웃음을 나누고, 새로운 삶을 꿈꿨지만, 그것은 현실에서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 상징적인 사랑이 가라앉는 거대한 배 위에서 펼쳐진다는 점이 타이타닉을 단순한 영화가 아닌 세기말적 로망의 정점으로 만든다. 낭만은 허무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이다. 타이타닉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보면서도 아프고, 다 보고 나면 마음에 무언가 오래도록 남게 되는 것이다. 그건 단지 사랑 이야기를 넘어서, 무언가 끝나가는 시대에 보내는 슬픈 작별 인사이기도 하다.
OST
아무리 타이타닉의 이야기와 연출이 훌륭하다고 해도, 만약 ‘My Heart Will Go On’이 없었다면 이 영화가 지금처럼 오래 기억되긴 어려웠을 것이다. 셀린 디온의 목소리는 단순한 주제가를 넘어서 이 영화 전체의 감정선을 지배한다. 곡이 흐르는 순간, 우리는 자동으로 잭과 로즈의 마지막을 떠올리게 된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수십 년간 사람들 마음에 잔상처럼 남아 있는 건 바로 이 노래 때문이다. 사실 감독인 제임스 카메론은 처음엔 삽입을 반대했다고 한다. 영화의 리얼리티를 해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테스트 시사회에서 관객들의 반응이 터져나왔고, 결국 그는 결정을 바꿨다. 그 선택은 음악 역사상 가장 훌륭한 판단 중 하나가 됐다. 잭이 로즈에게 마지막 말을 건넬 때, 로즈가 바다에 남겨질 때, 그리고 그녀가 눈을 감으며 그를 기억하는 장면 속에 흐르는 이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감정 그 자체였다. ‘My Heart Will Go On’은 죽음과 이별, 기억과 그리움, 그리고 영원한 사랑에 대한 노래이다. 그것은 잭이 죽어서도 로즈 안에서 살아 있다는 걸 의미했고, 수많은 관객에게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잃었던 기억을 되살리는 트리거가 되었다. 지금도 이 노래가 흐르면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다. 그것이 진짜 ‘명곡’이 가진 힘이다. 타이타닉은 그렇게 한 편의 멜로를 전설로 만든 노래를 가졌다.
영화사 전설
타이타닉이 명작으로 남은 이유 중 하나는 그 안에 수없이 많은 기억나는 장면이 있기 때문이다. 명장면은 감정을 증폭시키고, 메시지를 남기며, 관객의 마음속에 잔상으로 박힌다. 타이타닉에는 그런 장면이 너무도 많다. 누군가는 잭이 배의 맨 앞에서 두 팔을 벌리고 “I’m the king of the world!”를 외치던 순간을 기억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로즈가 “You jump, I jump”라며 선상 난간 위에 섰던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아마도 가장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건, 배의 선수 위에서 잭과 로즈가 함께 바다를 마주보던 그 장면일 것이다. 바람을 맞으며 팔을 벌리고, 잭이 뒤에서 로즈를 감싸 안고, 카메라가 천천히 그들을 스쳐 지나갈 때 흐르던 그 음악까지—모든 것이 완벽했다. 마치 시간도, 배도, 세상도 멈춘 듯한 그 순간. 또 한 가지, 잭이 로즈를 스케치하던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그녀가 붉은 보석 목걸이를 하고 소파에 누워 “나를 그려줘”라고 말하던 그 순간은 당시로선 꽤 도발적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진솔한 장면이기도 했다. 마지막 장면, 잭이 로즈의 손을 잡고 “약속해, 살아남아서 행복하게 살아”라고 말하던 그 순간과 로즈가 울며 그의 손을 놓는 장면은 수많은 관객의 눈물샘을 터뜨렸다. 이 영화가 그렇게 오래 기억되는 건, 단지 줄거리 때문이 아니라, 그 감정을 영상으로 정확하게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명장면은 시간을 초월한다. 타이타닉은 그걸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