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더볼츠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5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작품으로, 전통적인 히어로 집단이 아닌 반히어로들의 연합이라는 독특한 구성을 통해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블랙 위도우, 윈터 솔저, US 에이전트, 고스트, 레드 가디언, 타스크마스터 등 각자의 사연과 상처를 지닌 캐릭터들이 뭉쳐 만들어내는 이 팀은 기존 어벤저스와는 전혀 다른 감정선과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아이의 의미
썬더볼츠에서 핵심적인 전환점을 만드는 인물 중 하나는 바로 ‘아이’입니다. 마블에서 ‘아이’ 캐릭터는 단순한 연약한 존재가 아닌, 항상 ‘정화’와 ‘희망’의 상징으로 등장해 왔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이 아이는 썬더볼츠 팀원들이 자신들의 과거를 돌아보고 변화하게 만드는 감정의 매개체로 기능합니다. 영화 초반, 썬더볼츠는 정부 주도의 비밀 임무를 수행하며, 자신의 윤리적 판단보다는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들입니다. 이들은 저마다 상처받고, 외면당했으며, 정의의 이름으로 사용된 뒤 버려진 이들입니다. 그런데 작전 중 우연히 구조하게 된 어린아이는 이들에게 낯선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책임감, 보호 본능,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 번째 기회'에 대한 희망입니다. 특히 버키 반즈(윈터 솔저)에게 이 아이는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는 거울 같은 존재입니다. 과거 자신이 히드라에게 세뇌되어 악행을 저질렀던 시기, 보호받지 못했던 어린이들, 그리고 그들이 자신처럼 상처 입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폭발하는 장면은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이끕니다. 이 아이는 단지 스토리의 도구가 아니라, 썬더볼츠가 더 이상 ‘폭력의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게 만드는 기폭제가 되는 것이죠. 또한 이 아이는 팀원 간의 갈등과 상호 불신을 해소하는 역할도 합니다. 타스크마스터와 고스트처럼 감정 표현이 서툰 인물들도 아이와의 교류를 통해 미세하지만 분명한 변화를 보이게 되며, 팀은 점점 '기계적인 병력'에서 '사람으로 이뤄진 공동체'로 전환됩니다. 아이는 스토리에 중심을 이루고 이야기하는 바가 있습니다. 마블의 기존 히어로 서사와 달리, 상처 입은 자들이 치유되는 과정을 통해 진짜 히어로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주는 핵심적인 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분석
썬더볼츠는 기존의 마블 영화들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와 주제를 갖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전통적인 ‘권선징악’이나 ‘정의의 승리’가 아닌, “상처 입은 자들의 연대와 구원”이라는 매우 인간적인 테마를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감독은 전체적인 톤을 어둡고 사실적으로 구성하면서도, 곳곳에 유머와 따뜻함을 심어 놓아 관객의 몰입을 높였습니다. 특히 각 인물들의 내면 심리를 비추는 연출이 눈에 띕니다. 예를 들어 고스트(에이바)의 불안정한 물리적 상태를 카메라의 흔들림과 음향 왜곡으로 표현하거나, 레드 가디언의 과장된 애국주의를 소도구와 대사로 풍자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은 인물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유도합니다. 스토리 구조는 다소 간단할 수 있으나, 인물 중심의 내면 드라마가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어 단순한 액션 영화 이상의 감정선을 제공합니다. 특히 중반 이후부터는 팀원들이 서로의 약점을 받아들이고 연대해 가는 과정이 진한 드라마로 이어지며, 관객에게 ‘이 팀이 진짜 히어로가 될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을 불어넣습니다. 또한 제작진은 액션에 있어서도 ‘스타일’보다는 ‘무게감’과 ‘현실성’을 선택했습니다. 큰 규모의 CG보다는 클로즈업 중심의 근접 전투, 제한된 공간에서의 전략적 움직임 등이 강조되며, 이는 영화 전체의 진중한 톤과 잘 어우러집니다. 무엇보다도 썬더볼츠의 가장 큰 강점은 “기존 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입니다. ‘완벽한 선’도 없고, ‘명백한 악’도 없습니다. 등장인물 모두가 회색지대에 위치한 존재들이며, 그들의 선택 하나하나가 무겁게 다가옵니다. 이는 오히려 현실의 인간군상과 닮아 있어 관객이 더욱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결국 이 영화는 마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화려함보다 내면을, 승리보다 성장에 집중한 『썬더볼츠』는 MCU의 또 다른 장르적 확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팀의 탄생
썬더볼츠는 단지 하나의 독립 영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관의 새로운 전환점, 특히 ‘뉴 어벤저스’의 탄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작품입니다. 먼저, 마블 페이즈 4와 5를 거치면서 기존 어벤저스 멤버들은 대부분 퇴장하거나 활동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토니 스타크는 사망, 캡틴은 은퇴, 블랙 위도우는 과거에 희생되었고, 헐크는 우주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토르는 가족과 휴식에 집중하고 있죠. 이런 공백을 채워줄 ‘차세대 팀’이 필요한 시점에서, 썬더볼츠는 그 첫 시험대에 올라섰습니다. 그렇다고 썬더볼츠가 그대로 ‘뉴 어벤저스’가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썬더볼츠는 “히어로의 조건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을 던지고,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히어로 철학을 보여줍니다. 이들이 선보이는 불완전한 리더십, 내면의 갈등, 그리고 팀워크의 부족은 어쩌면 초기 어벤저스가 겪었던 성장통을 다시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쿠키 영상이나 암시들은, 이 팀이 더 큰 전투로 이어지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을 암시합니다. 예를 들어, 다크 어벤저스 혹은 뉴 어벤저스를 구성하는 데 있어 썬더볼츠의 일부 멤버가 흡수될 가능성도 있으며, 양자 영역, 다차원 균열, 시크릿 워즈 등과 연계된 후속 작품에서 이들이 다시 등장할 여지도 충분합니다. 특히 US 에이전트(존 워커)나 일레나 벨로바(블랙 위도우의 후계자)는 이미 충분한 리더십과 전투 능력을 보여주며, 이들이 앞으로 팀의 중심인물로 성장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이처럼 썬더볼츠는 마블 유니버스의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과도기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요약하자면, 썬더볼츠는 ‘뉴 어벤저스’라는 이름을 직접적으로 가져오지 않더라도, 그 본질적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히어로들은 완벽하지 않아도, 함께 성장하고 책임질 줄 아는 존재들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이 영화에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