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개봉한 영화 ‘서복’은 한국 영화계에서 드물게 생명과학과 인간 복제를 다룬 SF 드라마로, 공유와 박보검이라는 두 스타 배우의 만남으로도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순한 SF 영화 이상의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하고, 인간을 복제할 수 있다면 그것은 진짜 인간일까? 또한,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되는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
서복의 서인은 전직 정보국 요원으로, 암 투병 중이며 삶의 끝을 준비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반면 서복은 인간 복제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존재로, 이론적으로는 영원히 살 수 있는 신체를 가진 인물입니다. 이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조건에서 존재하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각자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 대조는 영화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인 철학적 구조이자 감정선입니다. 서인은 삶의 끝이 가까워질수록 냉소적이고 타인에게 마음을 닫은 인물입니다. 그는 국가의 명령에 따라 서복을 이송하는 임무를 맡지만, 사실상 자신이 실험 대상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할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복을 만나고, 그가 사람처럼 느끼고, 공감하고, 심지어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서인의 내면에는 미묘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 장치는 관객으로 하여금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자연스럽게 품게 만듭니다. 죽음이 다가오는 삶과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변화하는 과정은, 단순한 감정선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의 재정립을 보여줍니다. 서복은 처음에는 세상을 잘 알지 못하는 존재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인간과 다르지 않으며, 동시에 인간보다 더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결국, 그는 불사의 존재로 남기보다는 자신이 의미 있는 순간을 위해 결단을 내리는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서인의 경우에도, 죽음을 맞이하는 두려움 속에서도 서복을 지키려는 선택을 하며 삶의 마지막을 누군가를 위한 행동으로 바꾸게 됩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감동 이상의 의미를 전합니다. 결국 삶이란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이며, 이는 인간뿐 아니라 생명체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주제임을 드러냅니다.
복제인간
서복은 한국 영화 최초로 복제인간을 중심 소재로 삼아 관객에게 생명과 윤리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서복은 줄기세포 복제를 통해 만들어진 존재로, 질병이 없는 유전자와 세포 재생 기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완벽한 생명체는 자유 의지도, 법적 권리도 갖지 못한 채 실험실의 대상일 뿐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서복이 진짜 인간인가를 묻는 점입니다. 그는 말하고, 느끼고, 공감하며, 자기만의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그는 단순한 생물학적 실험체가 아니라 인간과 다름없는 존재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감시당하고, 필요에 따라 제거될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취급받습니다. 이 아이러니는 과학이 발전할수록 인간 중심적 가치가 어떻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경고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영화는 인간 복제가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우회적으로 지적합니다. 서복은 의학 발전의 정점이지만, 그 혜택은 권력자에게만 돌아가고, 그 외의 이들은 이를 통제하고 소비하는 존재로 남습니다. 영화 속 정보국과 제약 기업, 군대가 복제 인간을 다루는 방식은 극단적으로 비인간적이며, 생명을 도구화하는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러한 설정은 복제 인간을 둘러싼 윤리적 경계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며, 동시에 관객에게 과학의 진보가 인간의 존엄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경고를 던집니다. 서복이 마지막에 택한 선택, 그리고 서인의 반응은 인간 복제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깊은 철학적 고민이 함께 가야 하는 영역임을 상기시킵니다.
긴장감
서복은 블록버스터처럼 폭발적인 액션이나 대규모 전투 장면은 없지만, 영화 전체에 걸쳐 지속적인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이 긴장감은 캐릭터 간의 갈등, 신뢰의 형성, 그리고 정보기관과 군의 움직임 속에서 서서히 쌓이며 심리적인 압박감을 줍니다. 초반에는 서인을 감시하는 정부기관과, 서복을 통제하려는 군의 태도에서 오는 불안감이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이들은 언제든 임무를 포기하고 서복을 제거할 수 있다는 위협을 내포하고 있으며, 서인은 그 안에서 스스로도 조종당하는 위치에 있다는 자각을 하게 됩니다. 그가 점점 서복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되면서 관객은 이들이 과연 끝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영화는 서복이 과연 제어 가능한 존재인가에 대한 의문을 지속적으로 던지며 긴장감을 증폭시킵니다.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닌, 서복이라는 존재가 자기 결정권을 갖게 되는 순간이 바로 시스템 전체를 위협하는 위기로 이어지는 것이죠. 이 지점에서 영화는 기존의 액션 중심 SF와는 다른, 심리적 서스펜스를 중심으로 한 진행 방식을 택합니다. 무엇보다 관객이 느끼는 긴장감은 언제가 아니라 어떻게라는 질문에서 나옵니다. 사건이 일어날 시점보다, 인물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격렬한 전투 없이도 영화는 충분한 몰입을 유도합니다. 특히 결말로 향할수록, 두 주인공이 각자의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며 감정적 긴장감은 극대화됩니다. 결국 서복의 긴장감은 단순한 물리적 충돌이 아닌, 인간과 인간 복제 사이의 존재적 긴장, 제도와 감정 사이의 균열,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오는 선택의 무게에서 비롯됩니다. 이러한 방식은 조용하지만 강렬한 긴장감을 선호하는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