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개봉 당시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에서 재발견된 영화 돌연변이는 B급 감성과 블랙코미디의 결합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특히 이광수의 엉뚱하지만 진심 어린 연기, 사회를 풍자하는 기묘한 세계관, 독특한 설정이 관객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 돌연변이의 재미요소, 줄거리 및 연출 특징, 그리고 특이한 주제의식을 중심으로 이 영화가 왜 ‘재밌는 실험작’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광수식 웃음과 풍자적 상황
영화 돌연변이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이광수의 캐릭터입니다. 그는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갑자기 ‘물고기 인간’이 되어버린 평범한 청년 박구 역을 맡아, 황당한 설정 속에서도 절절한 감정을 담아냅니다. 코믹한 설정과 진지한 정서 사이를 오가는 그의 연기는 엉뚱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다가오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동정을 동시에 자아냅니다. 특히 재미 요소는 '웃기려고 만든 장면'이 아닌, 극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상황형 유머에서 나옵니다. 물고기 머리를 한 채 사람들과 어울리려는 장면, 방송국 PD들이 박구를 이용해 시청률을 올리려는 설정, 가족과의 서먹한 감정 등은 현실과 비현실이 묘하게 뒤섞인 분위기를 형성하며 관객을 끌어들입니다. 또한 주변 인물들의 과장된 리액션과 다큐멘터리식 촬영 기법은 영화의 풍자성과 현실 비판을 더욱 부각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웃음은 있지만, 그 웃음이 불편하고 씁쓸한 이유—바로 그것이 돌연변이가 단순 코미디와 다른 지점입니다.
괴물이 된 남자, 인간보다 더 인간적
줄거리는 한 마디로 ‘인간이 돌연변이가 되었을 때 사회가 그를 어떻게 대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박구는 어느 날 방사능에 노출되어 물고기처럼 변해버리고, 병원에 격리된 후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언론의 주목을 받는 ‘희귀한 존재’가 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동정받고 영웅 대접을 받지만, 점차 박구는 이용당하고 소비되는 존재로 전락합니다. 언론은 그를 컨텐츠로 다루고, 방송국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중계하며 시청률을 올리는 데만 관심을 둡니다. 그 사이 박구는 점점 외로워지고, 자신이 정말 누구인지조차 혼란스러워합니다. 이러한 전개는 영화가 단순한 괴인 이야기나 코믹소재를 넘어서, 사회가 ‘다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특히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인간의 비정함, 그리고 외형보다 중요한 내면의 진실을 강조하며, 묵직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인간보다 더 외면당하다
돌연변이는 단순히 ‘특이한 설정’만으로 주목받는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괴물의 외형을 한 주인공이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감정을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그를 둘러싼 사회는 외형적으로는 인간이지만, 속은 점점 비인간적으로 변해갑니다. 박구는 변한 자신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려 노력하고, 가족의 사랑을 갈구하며, 평범한 삶을 원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오직 ‘콘텐츠’로서 소비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현대 사회의 미디어 소비문화, 타자화된 존재에 대한 배척, 그리고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형식은 블랙코미디지만, 내용은 생각보다 훨씬 진중하고 철학적입니다. B급 유머와 날카로운 사회비판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한 번 본 사람은 절대 잊을 수 없는 독특한 인상을 남깁니다.